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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와 일상

프라우 킴, 독일어 종결자 되다

말 그리고 말 2020. 1. 7. 03:02

 

 

제목: 프라우 킴, 독일어 종결자 되다

저자: 최지양

출판사: 도서출판 하다

 

‘Köpfe rollen’의 뜻을 모르고 우리말로 번역하면

자칫 ‘머리를 굴리다’라는 뜻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원래는 단두대에서 머리가 잘려 굴러다니는 형상을 은유적으로 사용한 표현이다.

숙청 또는 어떤 일이 잘못되어 그 일과 관련된 책임자들이 직위를 박탈당하거나 해고될 때 주로 쓰는 표현이다.


「Chapter 144 - Köpfe rollen」 중에서 (YES24 제공)

 

 

저자 소개에 통번역대학원 재학 중이라고 나와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재학 중에 책을 쓰시나 싶었죠.

 

동시통역이 아니고서야 종종 통역을 할 때 양측에서 중간중간 일상적인 대화를 하여 대화의 물꼬를 트거나 아이스브레이킹을 하거나 친밀감을 형성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가끔은 어려운 용어들이 등장하는 실제 회의 통역보다도 오히려 이런 small talk 들이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가 가장 피하고 싶은 통역은 만찬 통역입니다. 일명 '밥통(역)'이라고 불린다는데, 어쨌든 이 만찬 통역에서는 거의 반드시 음식이나 음식 재료 이야기가 나오곤 하더군요.

 

저는 음식은 제 손으로도 못하고 평생에 관심이 없던 분야였어서 웬 한국어로도 잘 모를 나물과 온갖 재료 이름을 주르르 갖다 붙인 음식명을 매우- 매우- 빨리 말하며 질문을 주고 받을 때...(예: 훈제오리굴소스볶음밥, 더덕새송이고추장양념구이 ...... 후.....심호흡.....)

 

입은 웃고 있으나 머릿속은 난장판이 됩니다. 물론 대화당사자들이 정말로 음식이 궁금해서 묻는 경우도 있지만 small talk 의 일부로 주고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아주 목숨을 걸 필요까진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의 반응이 중요한 맥락적 요소, 대화의 요소가 되는 경우도 또 많으므로 안심할 수만도 없죠.

 

 

아무튼 이 책은 말하자면 '숙어'를 소개해 주는 책인데, (위에서 말한 얘기는 숙어랑 별 관련 없습니다) 뜻은 물론 유래까지 모두 소개되어 있는 덕에 이해가 쏙쏙 되고 기억에도 많이 남습니다.

 

저도 다 읽어 봤는데,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들이 참 많습니다.

 

물론 ‘Vitamin B’는 ‘비타민 B’라는 뜻이 첫 번째 뜻이다.

그런데 구어체에서는 ‘Vitamin B’를 ‘Beziehung’, 즉 연줄, 네트워크, 인간관계 등의 의미로 쓰기도 한다.

비타민은 사람의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므로 인간관계나 연줄 등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자 할 때 쓰는 재미있는 표현이다.


「Chapter 077 - Vitamin B」 중에서(YES24 제공)

 

 

아무쪼록 한국에서 공부하시는 분들은 한 번 읽어 두고 독일에서 또는 독일 사람들을 대할 때 귀를 쫑긋 세워 듣다 보면

분명 '앗! 이거 어디서 읽었는데?' 하며 들리는 순간이 올 것 같습니다. 게다가 직접 대화에서 써먹어 보기라도 한다면? 아마 평생 기억할 수 있을 겁니다. 한번 읽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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