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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피겔 코로나 made in china (중국산 코로나) 해석 독일 반응

말 그리고 말 2020. 2. 3. 22:31

사진 출처: 슈피겔 홈페이지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spiegel) 에서 일을 냈습니다. 바로 이번 호 슈피겔 잡지 표지에 방독면을 쓴 사람을 잡고 제목을 <코로나 바이러스, 중국산>으로 단 것입니다. 모델이며 부제까지 <세계화가 치명적인 위험이 될 때> 로 달아 완벽한 비판적 어조를 완성했습니다. 정치 풍자에 특화된 잡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중국 입장에서는 충분히 불쾌할 수 있는 말이지요. 

 

WHO는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2019-nCoV 로 정식 표기하고 여러 언론에서도 지역감정을 일으키지 않도록 '우한 폐렴'보다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 메이드 인 차이나라뇨. 단순한  '중국발'이 아닌, '중국산' 이미지를 떠올리도록 겨냥한 표현입니다.

 

주독중국대사관에서는 바로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중국 대사관은 '경멸(despise)한다'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중국산이라는 표현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라는 표현은 '메이드 인 저머니(한글로 하니 이상하군요, Made in Germany)' 와 비교해 보면 단순히 '중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라는 어조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끼실 겁니다. 소위 '어디 산'인지를 따지게 되는 품목들이 좀 있지요. 그 때 '메이드 인 차이나'가 써 있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Made in Germany는 비싸더라도 믿을 수 있는 품질이고 Made in China는 싸고 대량생산된 품질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중국은 독일과 여건 자체가 많이 다릅니다. 역사, 인구 수, 땅덩어리의 크기에서부터 정치 형태, 교육 체계, 임금 체계, 사회적 계층형태, 기후, 기술 수준 등까지 차이점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고 중국의 생산 방식이나 시장 생리를 원색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즉, 중국산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더라도 과연 중국인이 아닌 입장에서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라고 한다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또한 독일인들은 스스로도 Made in Germany 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그 표현에 계속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기술력 증진과 품질 관리에 노력해야 한다고 정치권 연설에서 말이 자주 나옵니다. Made in Germany가 단순히 독일산이구나, 하는 게 아니라 믿고 쓸만하고 오래갈 것 같은 이미지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독일인들도 그걸 알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입니다만 외부에서 생각하는 중국산 이미지를 볼 수 있어 가져왔습니다.

 

 

사진 출처: https://funzentrale.com/77168

 

 

이런 상황에서 Made in Germany의 주인공인 독일인들이 Made in China의 주인공인 중국인을 비판하며 낙인찍듯 <Coronavirus, Made in China> 라고 한 것은 아무리 슈피겔이라도 경솔했습니다. 이 얼마나 비-외교적이고 (물론 잡지사가 외교적일 필요는 없지만) 원색적이고 불쾌할 수 있는 발언인가요.

 

 

 

부제와 모델

 

부제 역시 문제입니다. 부제의 원어 표현은 <Wenn die Globalisierung zur tödlichen Gefahr wird> , 직역하면 '세계화가 치명적인 위험이 될 때' 입니다. 세계화는 보통 좋은 의미로 쓰이는데, 그 세계화가 바이러스 때문에 치명적이 될 수 있다는 표현인데요. 중국산 공산품이 국제 무역으로 해외에 유통되듯 코로나 바이러스 내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중국인들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표현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모델을 잘 보면 동양인 같습니다.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동양인이 온갖 보호 장비는 다 갖춘 채 무심히 헤드폰을 끼고 휴대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 듯한 세팅은... 충분히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었을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조금 유감입니다.

 

 

 

평소 슈피겔 표지

 

독일에서는 슈피겔 잡지의 인기가 꽤 높습니다. 단순한 정보 전달만 하는 매거진이 아니고 은근히 꼬는 표현도 많고 어려운 용어도 많이 써서 독일어가 부족한 외국인들은 해석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슈피겔이 이런 풍자적인 표현을 쓴 것은 사실 처음이 아닙니다. 중국에만 그런 것도 아니고요.

 

아래 사진은 2017년 2월에 나간 슈피겔 표지입니다. American First  라고 쓰여 있죠. 이민자와 외국인들에게 열려 있던 꿈의 나라 미국이고 뭐고 아메리칸 퍼스트 정책을 펴고 있는 트럼프를 비판하는 표지입니다. 다소 잔인할 수 있어서 [더보기]로 접어 두었습니다. 클릭해서 열어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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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슈피겔 온라인 홈페이지

 

 

 

이런 슈피겔의 풍자 표지를 보고 프랑스 시사 잡지 샤를리 엡도 (Charlie Hebdo, 이 이름 오랜만에 듣네요) 독일판에서는 독일 메르켈 총리와 그 반대 정당의 당수 마르틴 슐츠 (Martin Schulz)로 대체해서, 미국이 문제가 아니라 슈피겔 독자들은 위의 트럼프 표지를 보고 같은 상황에 있는 독일을 생각했을 거라고 쓰여 있습니다. 역시 사람에 따라 다소 잔인할 수 있어 [더보기]로 접어 두었습니다. 클릭해서 열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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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pa

 

 

김정은과 트럼프를 함께 비판한 표지도 있습니다. 두 국가수반에게 기저귀를 채워 놓고 미사일 모양 스프링 기구를 타듯 그려 놓았네요. 2017년 4월 판이고 제목은 <죽음의 게임>입니다. 실제 아기들이 저만한 놀이기구를 타다가는 큰일이 나겠죠. 이쯤되면 간 큰 풍자의 왕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다. 이건 잔인하지 않아서 그냥 실었습니다. :-)

 

 

 

 

이렇게 간 크게 제삼자를 비판한 경우도 많지만, 반대로 독일과 독일인을 비판한 경우도 많습니다.아래 표지는 <욕심 같은가요? 배고픔 같네요(의역)> 라고 제목을 붙여 이민자 혐오 분위기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출처: 슈피겔 온라인 홈페이지

 

 

슈피겔의 그간의 간 큰 표지들을 생각해 본다면 이번 풍자가 아주 전무후무한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나라가 민감한 지금 상황에서 메르스나 에볼라나 사스 때는 없던, 비난의 어조가 느껴지는 표현을 선택하였으니 조금 더 조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독일 반응

 

독일에서도 이 표지가 조금 과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유럽 의회 의원이나 녹색당 의원인 라인하르트 뷔티코퍼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제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아래는 일반인 독일인 트위터 반응인데요, 첫 번째 트위터에서는 "슈피겔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그러면 흑사병은 '유럽산 바이러스', 에이즈는 '아프리카산 바이러스'라고 불러야겠네." 라고 비판하고 있고, 두 번째 트위터에서는 "2017년에 독일에서는 독감으로 1,200명이 죽었고 2016년에는 설사병으로 전 세계에서 140만명이 죽었다."라며 과한 표현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다지 과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저 표현을 속으로 옹호하는 사람들도 많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중국인들도 원했던 사태는 아니었을 것이고 이보다 더 큰 전염병도 많았고 앞으로도 많을 지 모릅니다. 조금 성숙한 자세로 조심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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