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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오페라 욱일기 사용 논란 사태 정리

말 그리고 말 2020. 2. 16. 23:38

독일의 한 오페라단이 브라운슈바이크 국립극장에서 열릴 공연 '나비부인(Madama butterfly)'에서 욱일기를 사용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브라운슈바이크는 하노버와 가까운 곳에 있는 독일 중북부 지역의 소도시입니다.

 

 

 

 

나비 부인 포스터 (출처: g마켓 - DVD 표지)

 

 

브라운슈바이크 국립극장 욱일기 사용 논란

 

먼저 현지 날짜로 2월 6일브라운슈바이크 국립극장은 다음과 같이 페이스북에 공연 나비부인의 포스터가 나오는 홍보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맨 좌측 사진의 욱일기 포스터가 눈에 띕니다. 나비부인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일본스러운 분위기를 내려는 것은 이해하지만, 굳이 공식 공연 포스터에 욱일기를 썼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비슷한 것을 느꼈는지 독일 현지 날짜로 2월 8일, 한국과 중국 교민들이 공동 서한을 보내 욱일기 사용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또한 라이프치히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비올리스트 사라 김 씨 역시 오페라단에 서한을 보내 욱일기 사용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혀져 있습니다.

 

그러자 해당 글은 현재 수정되어 다음과 같이 바뀌었습니다. 이전 글을 수정한 것이라서 날짜는 그대로 2월 6일입니다.

 

 

 

 

요약하자면 욱일기에 대한 반발로 인해 이제 상업적 목적과 공식 홍보 포스터에는 쓰지 않겠다는 내용입니다. 무대는 수정하지 않겠다는 것이지만, 적어도 포스터는 쓰지 않기로 결정했으니 다행입니다. 댓글 중 동양인이 아닌 사람들은 왜 예술과 정치, 역사를 연결시키는지 모르겠다며, 오페라단을 향해 '너희는 잘못이 없다'라고 하는 반면, 동양인들은 오페라단이 아직도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고 말합니다.

 

유럽인들이 이것이 논란이 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답답했는지 한국인 강민호씨는 본인 페이스북 계정에 다음과 같은 글을 게시했습니다. 욱일기 대신 나치 문양을 대신 덧입혀 공개한 것입니다. 이는 브라운슈바이크 지역 신문사를 타고 보도가 되었습니다.

 

출처: 페이스북 및 브라운슈바이거 차이퉁 (2/14 뉴스)

 

 

욱일기가 사용되던 시대라서?

 

이에 오페라단 측은 극 중 욱일기가 찢기는 장면이 있고, 욱일기를 긍정적으로 본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나비부인의 시대적 배경은 1900년대이고 초연된 해는 1904년으로, 러일전쟁 등 2차세계대전의 조짐이 보이던 시기입니다. 아마 시대를 고려해서 욱일기 사용을 결정한 듯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정당화되려면 독일인들도 예술이나 무대 디자인에서 나치 문양을 사용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어야 하는데, 정작 독일에서는 나치 문양(하켄크로이츠)과 철십자 문양을 사용하는 데에 매우 조심합니다. 무대에 꼭 사용해야겠다면 적어도 공식 SNS 계정과 공식 포스터에 사용하는 것까지는 피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말씀드렸듯, 논란이 되자 포스터에는 쓰지 않겠다고 정정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볼 떄, 나치 문양과 욱일기가 비슷한 의미인 줄 모르는 것 같다는 점이 느껴져 현지 교민들이 분개하는 것 같습니다.

 

 

 

 

욱일기 = 하켄크로이츠?

 

사실 엄밀히 말하면 욱일기와 하켄크로이츠가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욱일기는 1800년대부터 일본 군대에 쓰였던 군대 깃발이고, 하켄크로이츠는 유대인 학살과 인종 청소를 상징하는 파시즘의 상징이자 1935년에는 아예 국기로 지정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욱일기가 1800년대 이후부터 계속 쓰이다가 2차세계대전 한국인과 중국인의 학살을 자행할 때까지 쓰였기 때문에 '전범 국가의 국기'라고 인식되고 있습니다.

 

위키피디아에서도 욱일기의 모양을 좀더 세분화해서 정리해 주고 있습니다.

 

출처: 위키피디아

 

하켄크로이츠 (히틀러 당기, 1935 이후 대독일 국기)

출처: 위키피디아

 

 

 

그래도 아직 주변국 국민 감정으로는 욱일기가 쉽게 수용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비록 인종 대학살이나 파시즘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욱일기를 보면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로 물들었던 일본이 자행한 좋지 못한 일들이 떠오르는 것은 사실입니다. 혹시 일본이 과거에 대한 참회의 태도를 보여 주었다면 욱일기 사용이 지금만큼 논란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유럽도 동양 역사에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고 또 상세한 민족 감정을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만, 타국 역사와 민족 감정에 대한 피드백이 오면 너무 남 일처럼 생각하기보다는 이번 브라운슈바이크 국립극장 사태처럼 같은 유럽의 역사를 대하듯 민감하게 반응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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