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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끄기의 기술 - f*ck 과 덕 본문

리뷰와 일상

신경끄기의 기술 - f*ck 과 덕

말 그리고 말 2019. 12. 30. 04:02

 

출처: YES24 홈페이지

 

제목: 신경끄기의 기술

원제: The subtle art of not giving a f*ck (..직관적인 제목..!)

저자: 마크 맨슨(Mark Manson)

출판사: 갤리온

 

 

무려 2017년 10월에 국내에 출간된 책이지만 그 때 저는 한국에 없었고, 매우 바쁠 때였기 때문에 이 책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요즘 재테크에 신경을 많이 쓰고 내 일은 일대로, 공부는 공부대로, 몸을 세개로 쪼개 쓰느라 '신경 끄기'가 너무나 절박했습니다.  그러다 "애쓰지 마, 노력하지 마, 신경 쓰지 마" 라는 문구에 눈이 꽂혔습니다. 제 눈은 보자마자 레이저를 발사하며 두 손은 프로그래밍된 로봇이라도 된 듯 이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서른이 넘은 후부터 실패가 두려워졌습니다. 스물아홉이 지나가는 날에는 아무 생각도, 느낌도 없었습니다. 서른이 뭐 별건가 싶었죠. 그런데 진짜 왠-지 모르게 미묘하게 삼십대는 달라진 것 같습니다. 예전엔 아무래도 일단 시작하고 보는 스타일이었는데, 어느새 모든 결정에 조심스러운 보통의 삼십대로 살고 있었습니다 (feat. '청춘' by 김C - 참고로 김C의 '청춘'이라는 노래는 딱 지금 듣기 좋습니다. 추천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언제나 '외적인 가치'보다는 '내적인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경험담을 말할 때 대부분 자신들이 처음엔 이렇게 클 줄 몰랐다 - 라고 운을 떼며, 비록 초반에는 나 하나의 성공을 위해서 일했더라도 일이 진행될수록 사회에 공헌하고 도움이 되고 싶어 더 열심히 했다 - 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과연 그들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졌기 때문만일까요?

 

이 책도 비슷한 맥락에서 질문을 던지고 또 답하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세속적 성공'이라는 가치의 기준을 '비싼 집과 멋진 차를 구입하기'로 정한다면,
그리고 그걸 위해 20년 동안 뼈 빠지게 일한다면,
그걸 달성하자마자 당신의 기준은 아무런 쓸모가 없어진다.

(...중략...)

이보다 더 나은 가치는 과정을 지향한다.

'정직'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기준인
'타인에게 나를 솔직하게 표현하기'라는 과제에 완결 같은 건 없다.
                                                                                                                                                 

신경끄기의 기술 p.175 중에서

 

 

완결이 없는 인생의 목표가 하나 있다면, 왠지 나의 인생에 중심점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저의 십대 시절 목표는 '하루를 바쁘게 살기'였습니다.  그 노트를 본 선생님이 좀 비웃으시긴 했지만 저는 아무렇지 않았죠. 저의 이십대의 목표는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였습니다. 99도까지 아무리 열심히 해도 100도에 다다르지 않으면 말짱 꽝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러고 살았나 모르겠습니다.

 

 

삼십대가 된 후 세웠던 저의 목표는  '덕을 실현하자'입니다. 이 '덕'이라는 개념은 철학에서 빌려온 개념입니다.

알레스데어 매킨타이어(Alasdair MacIntyre)는 '덕 윤리'를 주창했습니다. 이 '덕'은 동양의 여느 성인들이 언급한 개념과는 조금 다릅니다.

 

 

덕 윤리학 참고

https://ko.wikipedia.org/wiki/%EB%8D%95_%EC%9C%A4%EB%A6%AC%ED%95%99

 

 

압축해 말하자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에는 '외적인 선 (external good)'과 '내적인 선 (internal good)'이 있습니다. 외적인 선은 말 그대로 돈과 명예, 권력과 같은 것들이고, 내적인 선은 말 그대로가 아니라 세상에 '좋음'을 실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 좋음을 실현하는 것'은 나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실력도 필요합니다.  이 실력을 두고 덕 윤리학에서는  '탁월함(excellence)'이라고 말하죠. 

 

문제는 이 탁월함은 그냥 지녀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부단히 노력하여 얻는 것이라는 겁니다. 개개인이 탁월함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 실력, 즉 탁월함을 결국 갖추게 된다면, 그 때 무장한 탁월함을 가지고 내가 속한 공동체와 사회에 어떠한 종류든간에 '선(good)'을 가져다주는 것.

 

그 행위를 바로  '덕(virtus)'이라고 부릅니다.

멋진 논리 아닌가요?

 

 

제가 윤리학자나 철학자가 아니라서 더 깊은 설명은 불가능하지만, 이 덕 윤리에 엄청난 감동을 받은 저는 저의 직업관을 모조리 갈아 치웠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비슷한 말을 하고 있더군요. 외적인 선은 달성하면 끝나는데 반해, 내적인 선은 계속해서 달성해 나가는 것이라는 맥락에서 비슷합니다.

 

가령, 누군가가 역서를 한 권 냈다고 하죠. 역서를 내서 역자가 받는 돈, 역서에 찍힌 역자의 이름 등은 '외적인 선'이자 이 책에서 말하는 결과적 목표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그 역자가 아니었다면 (또는 번역사라는 직업 또는 존재가 아니었다면) 한국에 있는 독자들이 읽지 못했을 수도 있는 유익한 내용을 그 역자가 매개체가 되어 한국 독자들에게 전달해 준다면, 그러면 개인이 부단히 노력해 쌓은 탁월함(실력)을 가지고 공동체에 유익을 가져다주는 덕을 행한 것이 됩니다.

 

이걸 생각하며 산다면, 굳이 누구가를 돕거나 봉사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개개인은 덕을 행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 될 것이며, 인생에서 신경 쓸 것들과 신경 쓸 필요 없는 것들이 쉽게 나눠지게 됩니다.

 

 

 

2017년 책이고 벌써 2년을 꽉 채워 지낸 책이지만 얻을 게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내적인 선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탁월함을 갖추고 공동체에 선을 가져다 주는 덕을 행하는 것을 작은 목표로 삼아 보심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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